2013/07/04 23:26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13/07/04) 독서기록

 

 무라키미 하루키의 이야기는 흡입력이 있다. 그것은 내용이 재밌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 있다.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들이 넘쳐나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것은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루키의 소설을 읽다보면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번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그동안 읽었던 하루키 소설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그의 이번 신작은 기존의 소설들 보다 난해한 구석이 덜하다고 인터뷰에 나와있던데 그 말에 반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이 소설 역시 상당히 비유적인 요소가 많고 꿈과 현실을 넘나든다. 

 제목이 상당히 길다. 다자키 쓰쿠루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고 현재 그는 서른 여섯살의 남성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네 명의 절친한 친구들과 한 무리를 이루었다. 제목에서 말하는 색채는 먼저 이 무리를 이루는 친구들의 이름과 관련있다. 쓰쿠루는 제외한 네 명은 이름에 모두 색깔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뚜렷한 색채(성격과 개성)를 갖고 있다. 쓰쿠루만 평범한 성격에 특별한 개성이 없다. 다섯 명의 친구들은 서로 통하는게 많았고 가족 이상으로 친밀했다. 시간이 지나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서 쓰쿠루만 고향을 떠나 도쿄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계속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어느 날 쓰쿠루는 그들 무리에서 퇴출 당한다. 어떠한 이유도 듣지 못한채. 

 쓰쿠루는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서른 여섯이 된 그에게는 호감을 갖고 만나는 사라라는 여인이 있다. 그녀는 네 명의 친구들을 다시 만나보는게 어떻냐고 그에게 권유한다. 그래서 쓰쿠루는 십 육년 전 자신이 퇴출당한 이유를 알기 위해 그들을 찾아 순례를 떠난다. 미스터리한 이야기 설정에 이야기 초반부터 흥미가 유발됬다. 자기 인간관계의 전부라 할수있는, 서로가 없으면 죽고 못사는 무리에서 어느날 갑자기 거부당한다. 자신은 그 이유를 짐작도 할 수 없다. 정말 궁금증을 유발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자신을 뚜렷한 색깔도 없고, 삶이 공허하다고만 생각했던 쓰쿠루는 순례를 통해 삶과 자신의 가치에 대해 새로운 발견들을 하게 된다. 정말 감동적이고 마음 따뜻한 과정이었다. 순례를 하면서 깨닫게되는 큰 것들 외에도 순례 과정에서 작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런 것들 또한 정말 섬세한 울림을 주었다. 그간 읽어본 하루키 소설 중 가장 크게 와닿았고 '따뜻함', '치유'의 감정을 느꼈다. 


― "아마도 나한테는 나라는 게 없기 때문에. 이렇다 할 개성도 없고 선명한 색채도 없어. 내가 내밀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어. 그게 오래전부터 내가 품어 온 문제였어. 난 언제나 나자신을 텅 빈 그릇같이 느껴 왔어. 뭔가를 넣을 용기로서는 어느 정도 꼴을 갖추었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내용이라 할 만한 게 별로 없거든. "

 "혹시 네가 텅 빈 그릇이라 해도 그거면 충분하잖아. … 자기 자신이 무엇인가? 그런 건 사실 아무도 모르는거야. 그렇게 생각 안 해? 네 말대로라면, 정말 아름다운 그릇이 되면 되잖아. 누군가가 저도 모르게 내 안에 뭔가를 넣고 싶어지는 확실한 호감이 가는 그릇으로."


― "역을 만드는 일하고 마찬가지야. 예를 들어 아주 중요한 의미나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약간의 잘못으로 전부 망쳐져 버리거나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어. …"




덧글

  • smilejd 2013/07/05 18:49 #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멋진 서평이네요~~~
  • 2013/07/08 13:1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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